간호사가 되기까지의 여정

(1) 한국의 고졸 알바생에서 캐나다로

My name is Liz 2023. 10. 24. 17:3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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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졸 알바생에서, 캐나다 간호사로

 
시끌 시끌한 술집에서 친구의 지인이 물었다

"어디 다니세요?" 
...
어쩌다보니 길어진 나의 유학준비기간에 뭐라고 말해야할지 갈피를 잃었다.
..
"그냥 일하고 유학 준비하고 있어요"
..
"...아~네~.." 
..
..
 
그게 끝이었다. 
더이상의 질문은 오지 않았다. 
어쩌면 더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
이런 일들은 내게 참 비일비재했다.
 
한국에서 "고졸"이라는 타이틀은 잔인했다.  
유학을 준비해서 정말 어쩌다보니 늦어진 계획들
 
그 시간이 아까워서 일을 시작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 
많은 사람들은 어디 모자란 사람으로 봤다.
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
주변 사람들도 있었고 
가까운 사람들도 있었다.
 
"아 그럼 고졸이네?"
"알바야 점심 좀 사와라" 
"고졸인거 창피해서 유학 준비한다고 뻥치는 거 아냐?"
"고졸인데 부모님이 싫어하진 않냐?"
"네가 고졸이라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긴 좀 그래"
"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고졸이라 최저시급으로 강사로 고용해야할 것 같아요"
 
나는 내 인생을 누구보다 열심히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데
누구에게 피해준 적도 없는데, 
나의 능력은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증명되지 못했고, 나는 당연한 듯 이런 대우를 받았다. 
 
이 경험들은 내게 처음엔 상처가 되었다.
어디가서 자기소개를 할 때 위축되었다.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. 
 
그게 나의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. 
자존감이 낮다고 타인의 시선이 뭐가 중요하냐고.
 
아니,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았지만 
너무 많은 타인의 시선과 불합리한 대우를 받다보면 
그 자리를 피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.
 
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, 자아 존중감은 굉장히 중요하지만.
이 세상은 나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는다.
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 
수 많은 얄팍한 사람들의 시선과 대우들은 만연한 것들이었고,
그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, 20살의 나는 알지 못했다. 
 
이 경험을 토대로 내가 느낀 건 
다시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,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.
나를 포기하지 않겠다.
더 잘될 것이다. 
그리고 나중에 내가 잘되서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마주친다면 그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싶었다. 
 
대학을 가고 전공을 찾고 전문분야가 있는 사람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는 게 중요하지만
고등학교만 졸업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해야한다는 건 어디도 없다. 
나는 보여주고 싶었다.
나의 미래는 다를거라고, 나는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고. 
지금까지의 나는 잘 해냈다. 
앞으로의 나는 더 잘 해낼거라고 믿는다. 
 
나는 모든이의 가능성을 믿는다. 그리고 나의 가능성을 믿는다.
.
.
.
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
마침내 내게도 다시 유학의 기회가 왔다.
캐나다 런던이라는 도시에서
내 인생 두번째 시작을 맞이하기로 했다.  
 


안녕하세요 리즈입니다.
제가 주기적으로 프리헬스, 간호학과 일기를 지웠기 때문에 그 때의 일들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 
그래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쉬고 있는 요즘,
예전의 제 모습들과 지금의 모습까지 쭉 글을 써보려고 해요 :) 
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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